
세차를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도장면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잘못된 세차는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합니다. 저는 고급 외제차 전문 딜러십과 계약을 맺고 전시 차량을 정기 관리하던 시절부터 이 문제를 수없이 목격해 왔습니다. 세차는 물 뿌리고 닦는 단순 작업이 아닙니다. 오염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도장을 보호하는 작업입니다.
세차가 독이 되는 순간
저와 함께 일했던 딜러십 직원 한 분이 본인 차를 직접 관리해보고 싶다며 세차장에서 찍어온 영상을 보여주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영상을 보자마자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고압수 건을 차체에서 30센티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마구 휘두르고 있었고, 그릿가드 없이 미트를 버킷에 그냥 담갔다 빼서 쓰고 있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순서였습니다. 하부를 가장 먼저 닦은 다음 루프를 닦고 있었으니, 이미 깨끗하게 닦아놓은 도장면에 하부 오염물을 그대로 발라주고 있었던 셈입니다.
저는 그분께 세차를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습니다. 도장면 스크래치가 어디서 왔는지는 오래 일하다 보면 대강 보면 압니다. 무조건 외부 충격이나 주차 중 긁힘이 원인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의외로 세차 과정에서 생긴 잔흠집가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오염물이 묻은 미트나 타월로 도장면을 문지르는 것은 사실상 사포질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모래 입자 하나가 미트에 낀 채로 도장을 쭉 긁고 지나가면, 그게 쌓여서 결국 도장면이 뿌옇게 흐려집니다. 저는 고객들에게 세차는 청소가 아니라 보호 작업이라고 설명합니다.
초보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세차 순서
세차 순서는 카드 발급, 실내 세차, 프리워시, 본 세차, 드라잉, 코팅, 용품 정리 순입니다. 이 순서에는 각각 이유가 있습니다.
실내 세차는 외부 세차 전에 먼저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진공 청소기로 바닥 먼지를 제거할 때는 청소기 호스가 차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호스 하나로도 차체에 흠집이 생깁니다. 에어건으로 실내 먼지를 날리는 행위도 절대 삼가야 합니다. 에어건 바람은 먼지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차 안 구석구석으로 박히게 하거나 옆 차에 날아가게 만듭니다. 발매트를 벽에 털어내는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차장에는 다른 이용자들이 함께 있습니다.
외부 세차에서 프리워시 단계를 생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프리워시를 본 세차를 위한 보험이라고 표현합니다. 미트를 도장에 올리기 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물을 최대한 씻어내야 미트질 과정에서 스크래치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스노폼이나 프리워시 전용 세정제를 차량 전체에 뿌린 뒤 3분에서 5분 정도 오염물이 충분히 불도록 기다렸다가 고압수로 헹궈주는 것이 프리워시의 기본입니다. 고압수는 30센티미터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위에서 아래로 수압으로 오염물을 쓸어내리듯 사용합니다. 물을 흩날리듯이 뿌리면 고압 세척의 의미가 없습니다.
본 세차에서 그릿가드의 역할은 생각보다 큽니다. 그릿가드는 버킷 안에 넣어 사용하는 도구인데, 미트에서 분리된 오염물이 버킷 바닥으로 가라앉게 하고 다시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을 막아줍니다. 미트를 그릿가드에 문질러 헹구고 다시 카샴푸 거품을 묻혀 도장면을 닦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이전에 긁어낸 오염물을 다시 도장에 문지르는 것과 같습니다. 하부는 오염이 가장 심한 부위이므로 가장 마지막에 닦고, 다른 부위보다 더 자주 미트를 세척하며 진행해야 합니다.
드라잉과 코팅에서 완성도가 갈린다
세차를 마친 뒤 물기를 제거하는 드라잉 단계에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코팅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차량은 도장면에 코팅층이 없기 때문에 드라잉 타월만으로도 도장에 스크래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퀵 디테일러를 젖은 도장면이나 타월에 살짝 분사하고 물기를 제거하면 윤활력이 생겨 흠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타월은 항상 차체 하부에서 바닥에 닿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틈새에서 물이 계속 새어 나올 때는 에어건으로 틈새 물기를 미리 빼주면 드라잉이 더 수월해집니다.
코팅 단계에서는 퀵 디테일러를 도장면 전체에 고르게 펴 바른 뒤 마른 타월로 한 번 더 닦아내는 방식이 가장 기본적입니다. 퀵 디테일러는 약한 세정력과 코팅 효과를 동시에 가진 물 왁스 개념의 제품입니다. 코팅층이 형성되면 다음 세차 때 오염물 제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코팅은 광택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 도장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선배로부터 도구 탓하기 전에 손부터 고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비싼 세차 용품을 잔뜩 구비하는 것보다 기본 원칙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 먼저라는 뜻입니다. 딜러 직원 그분과 처음 셀프 세차장에 동행했을 때도 가장 먼저 한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평일 오전,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가십시오. 첫 세차는 기술이 아니라 심리의 문제입니다. 옆에서 차들이 드나들고 줄을 서 있으면 초보자는 심리적으로 쫓기게 되고, 그것이 곧 실수로 이어집니다.
기본 순서를 지키면서 서너 번만 직접 반복하면 자기 차의 특성이 파악되기 시작합니다. 어느 부위에 오염이 잘 쌓이는지, 어느 단계에서 시간이 더 필요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때부터가 자기만의 세차 루틴이 완성되는 시점입니다.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고, 순서를 지키면서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처음 셀프 세차를 시작하는 분들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입니다.